2017년은 영화 해리포터 덕후들의 해다.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에 걸쳐 있는 테마파크에 해리포터의 네 가지 시리즈 전체를 차례로 오픈하기 때문이다. Forbidden Forrest(3월), Wizarding Wardrobes(7월), Dark Arts(10월), Hogwarts in the Snow(11월)이 그것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도 이미 몇해전부터 해리포터 파크를 만들어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라는 프로그램으로 해리포터의 모험 부분을 대폭 강화한 어뮤즈파크를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유명한 영화 컨텐츠를 테마파크화한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시도는 컨텐츠를 파는 행위에서 경험을 파는 행위로 방점이 크게 이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긴 줄을 서서 놀이기구를 타고, 물건을 사고 – 대체적으로 빛과 소리가 나는 조잡한 수준의 장난감 –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던 컨텐츠 경험의 양상이었다. 하지만 해리포터는 물리적인 하드웨어나 서비스보다 해리포터 컨텐츠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느껴보는 환경을 조성한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직접 일본 오사카의 유니서벌스튜디오의 해리포터를 이틀동안 다녀왔다. 그 시간도 부족했지만 몇가지만 살펴봄으로써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우선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의 지도를 보면 해리포터가 전체 경험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해리포터로 인한 이용객 증가가 300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Universal Studio Osaka 해리포터 존이 전체 테마파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느낄 수 있다

무더운 한 여름이었음에도 해리포터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한 겨울에 들어온 듯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의 골목이 펼쳐지고, 멀리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모습은 사람들의 탄생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까지는 일반적인 테마파크의 특징과 다르지 않다.

한 여름이지만, 겨울 느낌의 시원한 해리포터 마을을 경험하게 된다.
호그와트 마법 학교, 직접 보면 그 크기에 압도당할 정도로 위용을 자랑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비싼 입장권과 별도로 해리포터 존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짧은 시간에 돈을 쓰는 부분은 바로 캐스트라고 하는 마법지팡이를 구입하고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부분이다. 캐스트 샵에 들어가면 방문객들은 마법사 같이 생긴 위저드의 도움을 받아 캐스트로 마법을 부리는 주문과 햅틱을 학습한다. 한번에 수십명의 사람이 방에 들어오고 그 중의 한명이 대표해서 마법의 주문을 외칠 때 큰 천둥 소리가 일어나거나 서재 벽이 무너지는 등의 여러 효과들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들은 연출된 이 공간의 모습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맞는 캐스트를 쥐는 순간, 환상적인 분위기의 연출에 압도된다.

그런 상태에서 방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캐스트 샵이 나타난다. 8 종류의 마법 지팡이를 팔고, 가격은 하나당 5만원에 육박한다. 아이 비싸 하고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은 지팡이가 아니라 한 장의 지도다. 지팡이를 산 사람에게만 지급되는 지도는 바로 캐스트맵으로 해리포터 존의 8군데에 걸쳐 있는 마법존이다. 이곳에 가면 그들의 지팡이를 사용해 주문을 외쳐 마법을 실현할 수가 있다. 캐스트 샵 맞은편의 거대한 문 앞에 가면 알로호모라! 라고 외치며 가운데 중자를 그리는 듯한 행동을 하면 철컥철컥 철커덕 하며 그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듯하고, 그 옆의 부엉이 우체국 근처에서는 인센디오! 하고 삼각형을 그리듯 지팡이를 돌리면 굴뚝에서 뜨거운 불이 화르르 올라온다.

8군데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스트 마법 지도

비밀은 지팡이의 햅틱을 인식하는 센서가 주요 장소에 있어서 사용자가 주요 위치에 자리잡고 움직임을 하면 이를 포착하여 정해진 반응을 보여주는 장치에 있다. 주문을 외칠 수 있는 위치가 바닥에 표기가 되어 있어 무의식적으로 사용자는 근처에 와서 기호를 확인한 다음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햅틱 센서가 캐스트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작동된다

캐스트를 구입한 사람은 해리포터 공간 전체에 배치된 8군데를 하나하나 다니면서 마법의 경험을 수행하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를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큰 만족도를 제공하게 되는데, 과정에서 동선의 주요 장소에는 어김없이 버터맥주나 각종 흥미로운 볼거리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청룡열차처럼 일종의 놀이기구 시설인데 3D와 물리적인 공간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설계하여 상당한 실감과 몰임감을 경험하게 만든다. 와 멋지다 하고 학교를 빠져나오면 바람을 일으키는 8번째 캐스트 마법의 장소를 만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캐스트 주요 장소에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드은 기꺼이 버터비어를 포함 머스트 아이템을 손에, 입에 가져가게 된다. 호갱이라는걸 알면서도 ㅠㅠ

여기서 끝일까? 방문자들은 이 일련의 경험을 다시 하고자 한다. 다시금 캐스트샵에서의 그 경험을 느끼고, 해리포터 마을을 다시금 이동하며 마법을 부리고 싶어하고 호그와트 마법 학교를 탐험하고 싶어한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과정에서 마법지팡이만 샀던 사람은 어느새 망토를 두르고 있고 한 손에는 버터비어, 다른 손에는 특대형판 해리포터 지도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 입장권과 별도로 별도로 1,20만원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살 것이 아니라 경험할 것에 사람들은 쉽게 지갑을 열게 됨을 관찰할 수 있다.

놀이공원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인사이트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차이처럼, 전화나 문자를 위해서 구입하는 기기냐, 그 기기를 구입함으로써 예기치 않았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리느냐의 차이와 비슷하다.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목표인가, 그 물건을 가짐으로써 할 수 있는 또다른 경험으로 안내할 것인가의 차이다. 이른 아침, 9시 반에 개장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문 앞에는 7시부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가득하다. 테마파크의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의 행렬은 상당부분 해리포터를 향하고 호그와트 마법학교 대기시간은 무려 200분을 표시한다. 1시간도 아니고 무려 3시간을 넘게 기다린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사람들은 다시 그 경험을 반복하고자 한다. 영국의 워너브라더스가 무려 네개의 테마존을 차례로 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팔고, 컨텐츠에서 경험을 파는 시대로의 이동. 작지만 의미심장한 사례가 바로 이 해리포터의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여러분도 휴가를 목적으로, 업무를 빙자하여 가까운 오사카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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